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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생긴 일 (고전 영화, 3인의 여성 주인공)

by 마이클 연 2025. 4. 11.

피서지에서 생긴 일 영화 포스터

1953년 개봉한 할리우드 코미디 고전 《피서지에서 생긴 일(How to Marry a Millionaire)》은 미국 영화사에서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라는 새로운 와이드스크린 기술을 도입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의미를 넘어, 이 작품은 당시 최고의 여성 스타 셋—메릴린 먼로, 로렌 바콜, 베티 그레이블—의 조합으로 더욱 기억됩니다. 단지 로맨틱 코미디로 그치지 않고, 1950년대 여성의 현실과 욕망, 우정과 자아에 대한 통찰을 유쾌하고 세련되게 풀어낸 수작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줄거리와 함께 각 여배우의 역할 해석, 영화의 상징성을 조명합니다.

각기 다른 매력, 여성 주인공 3인의 캐릭터 분석

《피서지에서 생긴 일》의 중심에는 세 여성 캐릭터의 우정, 전략, 그리고 삶에 대한 시선이 놓여 있습니다. 이들은 뉴욕 맨해튼의 고급 펜트하우스를 공동 임대하며 “백만장자 남편을 찾아 부자가 되자”는 일종의 목표를 공유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각자의 삶과 가치관에 직면하게 됩니다.

로렌 바콜 - 숄라 메이너스: 로렌 바콜이 연기한 숄라는 영화 속 가장 이성적이고 냉철한 여성입니다.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과 결혼해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대사를 통해 여느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들과 다르게 철학적인 관점을 드러내며, 바콜 특유의 낮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이 캐릭터를 더욱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게 만듭니다. 숄라는 “사랑은 가난한 사람과는 못 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 앞에서 감정의 무게를 인정하게 됩니다.

베티 그레이블 - 로코 디잔: 베티 그레이블은 쇼걸 출신의 활달하고 직설적인 캐릭터인 로코 디자을 연기합니다. 그녀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동시에, 꿈도 놓지 않는 여성입니다. 로코는 백만장자인 줄 알고 데이트를 시작한 남성이 사실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위기를 겪지만, 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기준과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레이블은 이 역할에서 1940~50년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전통적 여성상’에 약간의 도전과 유머를 가미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메릴린 먼로 - 폴라 드보: 마릴린 먼로가 맡은 폴라는 시력이 나쁜 모델이지만 안경을 쓰는 것을 창피해합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섹시하고 완벽하게 유지하고자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이미지에 갇힌 여성의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먼로는 이 역할에서 단순한 섹스 심벌을 넘어서, 귀여우면서도 풍자적이고 자기비판적인 인물을 선보이며 연기의 폭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명대사 “남자는 안경 쓴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는 당시 사회의 외모 중심 문화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세 캐릭터는 모두 현실적인 고민을 가진 여성들이며, 이들의 우정은 영화 내내 중심축을 이룹니다. 각각이 다른 스타일과 욕망을 가졌지만, 서로를 지지하고 도우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오늘날의 ‘여성 서사’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깊이와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줄거리 요약: 백만장자를 꿈꾸던 세 여자의 진짜 발견

세 명의 주인공—숄라, 로코, 폴라—는 부자 남성과 결혼해 안정된 삶을 꿈꾸며 뉴욕의 호화 펜트하우스를 공동 임대합니다. 이들은 외모와 스타일, 사교 모임, 교양 수업까지 철저히 준비하며 남편감 물색에 나섭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전략을 세워 백만장자 남성을 유혹하려 하지만, 일이 예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숄라는 부유한 듯 보이는 톰이라는 남성을 만나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지만, 그가 사실은 가난한 사무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갈등에 빠집니다. 로코는 유쾌한 남성과 데이트를 하다가, 그가 사실 유부남임을 알게 되고 큰 혼란을 겪습니다. 이후 숲속 사고를 계기로 시골의 따뜻한 남성과 새로운 관계를 맺습니다. 폴라는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로 향하면서 책을 읽는 한 남성을 만납니다. 안경을 쓴 자신의 모습에도 호감을 표현하는 이 남성과의 대화는 폴라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결국 이들은 백만장자와의 결혼이 아닌, 진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선택합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이 식당에서 각자의 남편과 함께 식사하며 “백만장자는 결국 우리 중 누구에게도 없었다”는 유쾌한 진실을 드러내며 끝을 맺습니다. 이 줄거리는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닌, 자신이 누구인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를 발견하는 성장 서사이며, 동시에 여성들이 스스로의 기준으로 행복을 정의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시대적 맥락과 여성 이미지의 진화

1950년대는 미국 사회가 전후 안정기를 맞으며 소비문화와 외모 중심주의가 팽배했던 시대입니다.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이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그 이면을 은근하게 비판하고 풍자합니다. 세 여성이 '백만장자'를 꿈꾸는 과정은 단지 허영이 아니라, 당시 여성에게 허용된 제한적 생존 전략이었음을 영화는 교묘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선택이 사랑, 인간성, 자아 발견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은 이 영화가 단순한 소비재 로맨스가 아닌 사회적 텍스트로서 읽힐 수 있는 이유입니다. 특히 메릴린 먼로는 이 영화에서 외모 콤플렉스와 내면의 불안을 함께 드러내며, 1950년대 대중이 여성에게 요구하던 ‘이상형’에 대한 자기반성을 시도합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단순히 ‘남자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코미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여성 캐릭터 중심의 서사, 우정과 자아의 발견, 외모 중심 사회에 대한 은근한 풍자, 그리고 무엇보다 세 명의 여배우의 개성과 연기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고전입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다시 보더라도 여전히 유효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1950년대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었던 ‘여성 중심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세련된 형태 중 하나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자아의 가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여성들의 용기와 선택을 보고 싶다면, 지금 이 고전을 다시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