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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다중우주, 여성 주인공, 가족 관계)

by 마이클 연 2025. 5. 5.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포스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2022년 아카데미를 휩쓴 작품으로, 다중우주를 배경으로 한 독창적인 구성과 중년 아시아계 여성 주인공의 서사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주인공 '에블린'은 세탁소를 운영하며 세금 문제, 가족 갈등, 문화적 정체성의 위기에 시달리다 갑작스레 다중우주 속 ‘모든 가능성’을 넘나드는 전투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SF 액션을 넘어, 한 여성의 삶, 감정, 자기 이해를 중심에 둔 ‘감정적 대서사’입니다.

다중우주 속 여성 정체성의 탐색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버스’라는 장치를 통해 여성의 다양한 정체성을 탐색한다는 점입니다. 에블린은 수많은 우주에서 가수, 셰프, 무술 고수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며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나’들과 마주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재미나 특수효과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여성으로 살아온 인생에서 선택하지 못했던 길, 억눌렀던 욕망, 잃어버린 꿈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여성은 멀티버스 속에서도 남성 주인공의 조력자 또는 주변 인물에 머물렀던 반면, 이 영화는 에블린이라는 중년 여성이 주도적으로 서사를 이끌고,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특히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을 수용하는 에블린의 여정은 현실 속 수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영화는 시각적 혼란 속에서도 에블린의 감정선과 내면 갈등을 놓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다층적 혼란이 삶 자체의 복잡성과 닮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모성, 가족, 세대 갈등의 중심 서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서사는 겉으로 보기엔 다중우주 SF 액션이지만, 핵심은 ‘가족’에 있습니다. 에블린과 딸 ‘조이’의 갈등은 전통적인 부모 세대와 Z세대 자녀 간의 가치 충돌, 문화차, 감정적 거리감을 상징합니다. 특히 조이가 느끼는 소외와 고통은 단지 가족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젠더, 정체성, 사회적 억압에 대한 응답으로도 읽힙니다. 에블린은 처음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우주에서 자신과 조이의 다양한 관계를 체험하면서 마침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모든 우주를 다 파괴하려는 딸"과 "그 우주를 이해하려는 엄마"라는 은유를 통해, 모성과 용서, 이해, 연민의 힘을 매우 철학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표현합니다. 영화 후반부, 에블린이 폭력을 쓰지 않고 세상의 상처들을 ‘수용’하고 ‘공감’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장면은 기존 할리우드 액션 서사와는 확실히 다른 전개로, 여성 서사의 힘을 극대화합니다.

여성 감독과 아시아계 여성 배우의 도약

이 작품은 여성 서사뿐 아니라, 여성 제작진과 아시아계 여성 배우의 활약으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양자경(미셸 여)이 연기한 에블린은 평범한 이민자이자 엄마, 아내, 사장, 여성으로서의 복합적인 역할을 소화하며 완벽한 몰입감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계 배우로서의 한계를 넘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종종 배제되던 중년 여성, 아시아계 여성, 이민자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세워 다양성과 포용의 서사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넘어,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의 진정한 연결을 이룬 작품입니다. 감독 ‘다니엘스’(Daniel Kwan & Daniel Scheinert)는 여성서사를 섬세하게 조율하면서도 실험적이고 유쾌한 연출로 전 세계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단지 비주류 영화가 아닌, 주류 시상식을 석권하며 시대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멀티버스 영화가 아닙니다. 중년 여성이라는 흔치 않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삶, 정체성, 모성, 가족을 철학적으로 그려낸 대작입니다. 감정적 몰입과 시각적 실험을 모두 아우른 이 영화는 지금 이 시대 여성의 존재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놓치셨다면 반드시 한 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